베트남에 살게 된지도 어언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기회의 땅이라고 베트남 취업문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환경은 누군가에겐 새로 시작하는 기회라고 착각을 주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시간만 낭비하고 남는게 없는 허무함을 주기도 합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베트남의 취업 여전히 제자리인 환경에 대해 경험담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으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며 글을 써봅니다.
주재원 vs 현지채용
베트남 해외지사의 취업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한국에 있는 본사에서 현지로 파견나가서 근무하게 되는 주재원 그리고 현지에서 필요한 인력을 직접 채용하는 현지 채용인데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보면 이 두 근무자들은 소속이 같기 때문에 연봉과 복지 등의 처우가 비슷할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들어보면 놀랄만큼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주재원의 복지가 100이라고 한다면 현지채용의 복지는 30 정도 될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너무나 많은 차이가 나는데요. 간단하게만 차이점을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주재원
기본 급여가 높은 편이며 주거비, 자녀교육비, 퇴직금, 휴가비 등등이 대기업급
현지채용
최저시급만큼의 급여, 휴가비 유무, 퇴직금 정도는 회사에 따라 다르고 그외 주재원에게 주는 주거비, 자녀교육비 등등의 지원금은 일절 없음
베트남에 살다가 취업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현지채용으로 될 수 밖에 없으며 심한 곳은 한국에서 취업해서 베트남으로 오는 경우에도 현지채용급으로 대우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처음엔 취업만 해도 좋다라는 생각과 열정으로 입사하게 되지만 같은 시간 더 힘든 일은 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차이가 나는 연봉과 복지 등에서 좌절하며 다시 귀국길에 오르는 분들이 꽤나 많은 편입니다. 안그래도 힘든 해외생활인데 일하는 만큼 대우 받지 못한다는 점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다는 것.
열악한 근무환경
베트남 내에 있는 회사의 대부분은 공장들입니다. 한국에 있는 공장들도 도시 외곽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베트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내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부분 숙소 생활을 하는데 그나마 괜찮은 경우는 시내에 숙소가 있어서 출퇴근을 하게 되는 건데 이것 역시 출퇴근 시간에 의한 피로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숙소가 회사 바로 옆에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데요. 퇴근하면 아무것도 할 것 없는 시골 기숙사에 지내야 된다는 점 또한 단점이 됩니다. 게다가 베트남이라서 회사의 환경이나 청결도가 한국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는 점도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요즘 MZ 세대들이 바라는 '워라벨' 따위는 기대해서는 안되는 환경입니다.
회사 시스템의 부재
회사에 입사를 했지만 업무와 현장관리에 대한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업무에 필요한 서류부터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다가 업무방침 그리고 현장관리까지 모두 메뉴얼이 없어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그나마 능력있는 윗 사람을 만나게 되면 차근차근 정립이 될텐데 자꾸 사람이 바뀌니 천천히 쌓아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무실은 사무실대로 현장은 현장대로 직접 부딪히면서 다 해결해내는 만능이 되어야만 합니다.
해외로 갑자기 취업을 하면서 베트남어를 제대로 공부하고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이 과연 몇 %나 될까요? 통역 직원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이 연출되곤 하는데 기본적으로 소통도 잘 안되는 곳에서 얼마나 힘들지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한국 사람이 별로 없는 소규모 기업일 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의욕이 떨어지는 낮은 급여
근무환경도 안 좋은데 회사 시스템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급여라도 높다면 열심히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의욕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낮은 급여로 언제 그만두고 돌아갈까? 그만두고는 다시 어떻게 일을 해야될까? 한국으로 돌아가야 될까? 를 고민하는 분들을 꽤나 많이 봐왔습니다. 나이라도 어리면 다시 도전할텐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선택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현실은 이렇습니다. 그나마 베트남이라서 돈을 덜 쓸거라고 생각을 할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시골 기숙사에 틀어박혀 일하지 않는 이상은 그렇지 못한 것 또한 현실입니다. 정말 베트남에서의 취업, 기업의 현실이 이럴까요? 맞습니다. 하지만 큰거 하나 더 남았습니다.
다를바 없는 근로자에 대한 인식
베트남이라고 한국과 다를까요? 근로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인식은 여기 베트남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해외라서 나 하나 그만두면 회사가 안 돌아갈 것 같지만 어떻게든 돌아는 갑니다. 당연히 윗 사람은 힘들겠죠. 본인이 더 일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회사 대표 입장에서는 '너 없어도 일할 사람 줄서있다' 라는 마인드가 지배적입니다. 스스로 꼰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꼰대인 것처럼 회사 대표들이 더 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이 힘든 베트남에서 일을 했다고 그 경력을 높게 쳐줄까요? 절대 아닙니다. 사람들의 인식이란게 참 우습습니다. 간단하게 비교해보자면 미국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 vs 동남아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 만약 당신이 대표라면 누구를 더 높게 평가해줄까요?
베트남의 기업들 그리고 취업에 대한 단점들로만 나열했는데 사실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대우와 환경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10년전에도 똑같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환경은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베트남 취업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계신 분들은 이 현실에 대해서 미리 알아두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써봤습니다. 알아도 힘들고 몰라도 힘들겠지만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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